어딘가에서 무언가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아주 작게 빛나고 있었다
시간의 가장자리에서 어떤 숨이 멈추듯 흐르고, 말의 형태를 가지지 못한 마음 하나가 조용히 주름지고 있었을지도
바람인지, 잊힌 이름인지 마음 끝에 닿는 감촉 하나 낯설고도 다정했다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채
나는 그 감정의 테두리를 더듬는다
살지 못한 기억이 살았던 날보다 선명한 밤
무언가 머물렀다가 말 없이 떠나간 자리에 나는 아직도 서 있다
그 하루는 나에게 오지 않았지만 나는 오래도록 그 하루를 살았다
말을 걸 수 없는 모든 것들이 오늘도 내 안에 머문다
인간이 가진 기본적인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모든 사람이 공통으로 느끼는 감정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분명히 존재하는 감정입니다.
예를 들어, 기차를 타고 가다가 무심히 스쳐 지나가는 시골 마을의 불 켜진 집을 볼 때, 산책을 하며 저 멀리 보이는 아파트 불빛을 바라볼 때, 외국여행 중 아침 출근길의 주택가를 지날 때, 저는 같은 감정에 휩싸입니다.
'저기에도 누군가의 삶이 있겠지. 누가 살고 있을까?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이런 생각에 한참 동안 잠깁니다. 그저 스치는 느낌이라기보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 뭉클함이 올라옵니다.
어쩔 때는 가슴이 아릴 정도입니다.
나는 그들의 삶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내 삶인 것처럼 느껴집니다.
심지어 그 공간에서 단 하루라도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어울려 지내기보다는, 말 없이 곁에 머무는 존재로. 그들의 삶을 조용히 바라보며, 느껴보고 싶습니다. 평범하든 복잡하든, 그 삶의 결을 알고 싶습니다.
